관광대국 태국의 면세점 황제 킹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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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여행이 멈췄지만,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면세점이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 방콕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도 끝도 없이 늘어선 면세점일 것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가 발표한 관광객 수가 많은 국가 순위에서 태국은 10위에 올라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19년을 기준으로 한 해 태국을 찾은 관광객은 3992만명으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 1750만명의 두 배가 넘는다. 약 4000만명의 사람들이 찾은 태국 공항면세점은 모두 킹파워인터내셔널 그룹에 속해 있다.

태국 수완나품 공항의 킹파워 면세점 / 고영경 제공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의 거대하고 화려한 면세점을 비롯해 유명 관광지 공항면세점 운영권은 모두 킹파워그룹이 가지고 있다. 월드 트래블 어워즈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면세점 운영’ 부문을 수상한 킹파워인터내셔널 그룹, 이들은 어떻게 관광대국 태국에서 면세점의 제왕 자리에 올랐을까.

킹파워 면세점의 시작

킹파워그룹은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라는 야심 찬 사업가의 작품이다. 비차이는 1958년 중국의 후지안 지방에서 태국으로 이주한 화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대만과 미국에서 공부한 뒤 사업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9년 태국 역사상 최초로 시내면세점 라이선스를 받아 방콕의 마하툰 플라자에 매장을 열었다. 이 당시만 해도 토산품을 주로 판매하던 킹파워는 1994년 돈므앙 국제공항의 출국장 면세점 운영 허가권을 손에 넣으면서 사세를 크게 확장하기 시작했다. 수완나품 공항이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으므로 당시 최대 국제공항은 돈므앙이었다. 이후 1997년 차와릿 옹차이윳 총리가 월드트레이드센터에 면세점 운영 독점권을 허가했고 치앙마이, 핫야이, 푸껫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연이어 따냈다. 1999년 타이 항공 기내면세점을 런칭한 데 이어 방콕 시내 중심가와 관광지 쇼핑몰을 열면서 시장 지배력을 급속하게 확장했다.

2006년 태국의 관문이 된 수완나품 공항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한국으로 치면 돈므앙 공항은 김포공항, 수완나품 공항은 인천공항과 같다. 킹파워는 태국공항공사로부터 3만㎡에 달하는 거대한 수완나품 공항면세점의 독점운영권을 획득했다. 비록 2020년까지라는 조건이 달렸지만, 독점적 지위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킹파워의 성장은 보장된 길이나 다름없었다. 돈므앙에 이어 수완나품 등 태국 내 4개 국제공항 운영권을 보유한 킹파워는 그야말로 ‘면세점 왕국’을 건설했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태국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늘어 수완나품 공항 이용객도 꾸준히 증가했고, 면세점 이용객도 당연히 늘어났다. 면세점 총 매출의 80%가 이곳에서 나왔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클럽 레스터 시티 선수들과 킹파워그룹 비차이 회장 / 게티이미지
영국 프리미어리그 클럽 레스터 시티 선수들과 킹파워그룹 비차이 회장 / 게티이미지

비차이가 태국 시장에만 만족한 것은 아니다. 1995년부터 중국과 홍콩에 진출하며 해외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2016년에는 2억2600만달러를 들여 동남아 저가항공의 대표주자인 에어아시아의 타이 에어아시아 지분을 인수하고 기내면세점을 따내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는 킹파워그룹은 2018년 태국 최고 높이의 마하나콘 빌딩을 사들였다. 킹파워는 이 빌딩을 방콕의 랜드마크로 조성해 호텔과 전망대부터 면세점까지 여행자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로 구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310m 높이 건물 꼭대기에 바닥을 유리로 깔아 조성한 글라스 트레이는 금세 태국의 명소로 떠올랐다. 면세점과 최고층 빌딩을 보유한 킹파워의 설립자 비차이는 2018년 보유 자산이 52억달러로 ‘포브스’가 선정한 태국 5대 부호로 부상했다.

킹파워그룹이 이름을 알린 계기는 전혀 다른 이벤트 덕분이다.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의 ‘레스터시티’ 인수 소식에 전 세계 축구팬들과 미디어들이 킹파워와 비차이에 관심을 쏟아냈다. 레스터시티는 1부와 2부 리그를 오가던 중소클럽이었지만, 킹파워가 인수한 이후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킹파워그룹이 소유한 태국 마하나콘 빌딩 스카이워크 / 고영경 제공
킹파워그룹이 소유한 태국 마하나콘 빌딩 스카이워크 / 고영경 제공

프리미어리그 축구 구단주로

2013년 영국 프로축구 2부 리그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1부 리그로 승격한 데 이어 2015~2016시즌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창단 13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 이것은 기적과 같았다. 레스터시티를 우승 후보로 생각한 전문가나 팬은 아무도 없었다. 도박사들이 점친 이들의 우승확률은 0.02%였다. 한물갔다고 평가받은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와 몸값을 다 합쳐도 400억밖에 되지 않는 흙수저 선수들이 써 내려간 “스포츠의 가장 위대한 동화”였다.

영국 팬들뿐만 아니라 태국인들도 레스터시티팀과 비차이에 열광했다. 손흥민 덕분에 토트넘의 한국팬이 늘어난 것처럼 레스터시티는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클럽이 됐다. 그러나 2018년 10월 갑작스럽게 비보가 전해진다. 비차이 회장이 탄 헬기가 레스터시티 홈구장 ‘킹파워 스타디움’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했다. 구단과 축구팬들 그리고 태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사고 이후 킹파워 창업자의 막내아들 아이야왓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는 부회장으로 아버지 비차이를 수행해왔지만, 경영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에 킹파워그룹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흘러나왔다.

2019년 아이야왓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2020년 면세점 독점 운영계약 만료를 앞두고 쁘라윳 총리가 태국 내 4개 공항면세점에 독점사업권을 부여하는 공개입찰 계획을 변경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찰결과 태국공항공사는 다시 한 번 킹파워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완나품 공항면세점 입찰에서 방콕에어웨이와 롯데의 컨소시엄, 로얄오키드그룹 컨소시엄을 따돌리고 킹파워가 운영권을 차지했다. 푸껫, 치앙마이 그리고 핫야이 입찰에서도 킹파워는 사업권을 가져갔다.

팬데믹으로 국제선 승객이 사라지자 킹파워 면세점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 킹파워는 온라인 직접 판매에 전력을 다했다. 자체 웹사이트나 앱에서 면세품이나 비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코드를 부여했고, 직원들은 소셜커머스 채널을 통한 마케팅과 판매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만으로 위기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킹파워는 이 위기를 딛고 다시 한 번 기적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영경 선웨이대 비즈니스스쿨 선임연구원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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