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금 없는 사회로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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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는 현금 사용률을 2025년까지 8%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11년만 해도 전자제품 판매점에 현금 뭉치를 들고 와 TV나 냉장고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100만원이 넘는 제품을 한국돈으로 5000원쯤 하는 10만동(VND)짜리 지폐로 구매하려면 돈을 세는 데만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계산대 옆에는 은행에서나 볼 법한 돈 세는 기계가 여러대 놓여 있는 낯설고 당혹스러운 광경도 흔했다. 신용카드가 보편화되지 않은 베트남 경제의 웃픈 현실이었다.

유영국 제공

‘현금 없는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

10년 전만 하더라도 베트남 전체인구 중 은행 계좌를 소유한 사람이 20%가 채 안 됐다.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모바일 뱅킹은커녕 타 은행 간 계좌이체는 1~2일이 지나야 상대방 계좌에 입금이 됐다. 계좌이체 기간 중 주말이나 공휴일이 끼어 있으면 입금 확인은 3~4일 더 늦어지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베트남이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천명했다. 전체 결제금액에서 현금 사용률을 2025년까지 8%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현금 없는 결제를 위한 개발 계획’을 국가정책으로 수립하고 슈퍼마켓, 쇼핑몰 같은 유통 채널에는 100%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게 포스기(카드단말기)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등록금·병원비를 카드 리더기, QR코드 스캐너, 전자결제 모바일 앱 같은 비현금 결제 수단으로 납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전기, 수도, 통신 서비스 업체 등의 70%는 신용카드, 온라인 뱅킹, 전자지갑 결제와 같은 현금이 아닌 결제 수단으로 지불할 수 있게 했다.

비현금 결제를 하려면 은행 계좌 보유가 필수인데 베트남 국민의 은행 계좌 보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2014년 15세 이상 국민 30.8%만이 보유하던 은행 계좌가 2020년 70%까지 높아졌다. 베트남 정부는 계좌 보유율을 2025년 80%, 2030년 9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각 은행은 지방 마을 단위까지 금융거래할 수 있도록 ATM 기기를 늘리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점을 개설하게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고 오래전부터 시행되던 것이지만 베트남은 몇년 사이에 빠르게 도입 및 시행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 현금 없는 사회는 혼란 없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이렇게 급격히 변화를 밀어붙이는 자신감에는 97%(15~64세)에 달하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있다. 통신 기반 시설이 발달한 베트남은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전자결제 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업체는 베트남의 두 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VN페이이다. 이 회사는 2019년 손정의 회장의 비전 펀드와 싱가포르 국부 펀드인 GIC로부터 3억달러를 유치했다.

momo라는 전자지갑으로 결제하면 10만동(한국돈 약 5천원)까지 할인해준다는 베트남 배달의 민족 광고 / 유영국 제공
momo라는 전자지갑으로 결제하면 10만동(한국돈 약 5천원)까지 할인해준다는 베트남 배달의 민족 광고 / 유영국 제공

베트남 주요 40개 은행의 계좌만 있으면 별도 가입 없이 QR코드 기반 결제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VN페이는 2만개 이상의 기업들을 파트너로 하고 있다. VN페이앱으로 결제, 이체, 송금, 공과금 납부, 버스표 구입 등을 이용할 수 있다. VN페이는 월평균 15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VN페이처럼 자신이 소유한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필요한 금액만큼 충전해 사용하는 전자지갑 모모(Momo) 역시 인기다. 젊은층에 큰 인기를 얻으며 23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해 전자결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모모 사용자의 전화번호만 알면 수수료 없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어 식사를 같이하고 더치페이하는 것이 당연한 MZ세대에게 인기이다. 모모는 골드만삭스, 스탠다드차티드은행으로부터 3380만달러를 투자받았고, 2019년에는 미국 사모펀드로부터 1억달러를 유치했다. 시장조사 기관의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베트남 전자결제 시장은 2017년 44억달러, 2019년 85억달러를 기록했으며, 2021년 150억달러, 2025년에는 250억달러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전자결제업체들 / 싱가포르 핀테크 뉴스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전자결제업체들 / 싱가포르 핀테크 뉴스

정부가 이끄는 전자결제 시장

베트남 전자결제 시장의 급팽창에는 베트남 정부의 적극이고 주도적인 지원이 있다. 베트남 정부는 6월 16일을 현금 없는 날(No Cash Day)로 설정하고 비현금 결제 수단에 추가 할인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정책 목적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베트남 온오프라인 전체 소매시장에서 현금결제 비율은 8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트남 전자상거래협회가 2019년에 발간한 ‘E-비즈니스 인덱스리포트’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조차 결제금액의 70%가 Cash On Delivery, 즉 물건 배송 기사에게 물건을 인도받으면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고 세금이 걷히지 않는 현금거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의욕적으로 전자결제 사업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 전자결제 시장에는 현재까지 38개 업체가 뛰어들었고 한국 기업도 베트남 우체국 산하 기업의 결제 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전개 중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자결제 사용률이 높아지고 베트남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라 전망은 좋은 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누구도 웃지 못하고 큰 적자만 기록하고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해 전자결제 시 추가 할인과 같은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어 누가 더 많은 자본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느냐 하는 ‘치킨게임’이 진행 중이다.

업계 1위인 모모는 2019년 매출이 4조2300억동(약 2100억원)으로 2018년 대비 2배 성장했지만, 손실 역시 2배 증가한 8500억동(약 430억원)을 기록했다. 1위 싸움을 하고 있는 VN페이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전자결제 시장은 당분간 할인 프로모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만 즐거울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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